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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ego)’는 예술가가 반드시 넘어야 할 최종 장애물새로운 연극 창작의 지침서, 자끄 르꼭의 ‘몸으로 쓰는 시’ 국내 처음 번역 출간
김진옥(편집위원)  |  webmaster@ihumanc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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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18  12: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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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연극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는 '자끄르꼭 국제연극학교'의 설립자 자끄 르꼭이 자신의 연극 교수법에 사용되는 중립가면을 보고 있다.


움직임 연극의 세계적 거장 자끄 르꼭(1921~1999)의 연극 교수법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몸으로 쓰는 시’, 자끄 르꼭 지음/ 유진우 옮김, 연극과 인간, 2018)

책을 번역한 유진우(팜 시어터 대표, 명상전문가)는 자끄 르꼭의 제자로, 그로부터 연기수업과 교수법을 전수받았으며, ‘자끄르꼭 국제연극학교’에서 즉흥연기 지도교수, 교육총괄 및 교수법과정 책임교수를 역임했다.

자끄 르꼭이 설립한 프랑스 파리 ‘자끄르꼭 국제연극학교’는 세계의 연극 인재들이 모여드는 최고의 연극학교이다. 설립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전 세계에서 연극학도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그가 완성해놓은 이 학교만의 특별한 교수법 때문이다.

이 학교에서 신입생들에게 제일 처음으로 하는 교육은 (연극의 기초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지식과 스킬과 관념을 거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자연과 세상의 원형과 본질을 탐구하면서 학생들 개개인이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훈련한다.

   
<몸으로 쓰는 시>자끄 르꼭 지음/유진우 옮김,연극과 인간,2018 

기존의 지식이나 다른 사람의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창의적인 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지난 60년간 이 학교 졸업생들은 희곡, 연기, 연출, 무대미술 등 연극의 각 분야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예술세계를 펼쳐나갔다. '사이언 맥버니'와 콤플리시티'극단, '아리안느 무느쉬킨'과 태양극단, 물체극의 전설 뮤멘첸스, 고전극의 재해석으로 유명한 풋스반 , 무빙픽처 마임 쇼, 풍자 희극으로 유명한 극단 쟈크리, 오브제극의 나다 극단, 라이언 킹 연출가 '줄리 테이무어', ‘셜록 유령신부’의 '소피 헌터' 등 수많은 예술가와 영향력 있는 극단을 배출했으며 그 외에도 르꼭의 많은 제자들이 수많은 나라에 그의 교수법을 바탕으로 하는 학교를 세워 연극 교육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신체를 통한 표현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유진우는 1992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후 마임전문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다. 인정도 받고 이름을 알렸으나,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느낀 그는 한국에서 쌓은 모든 기반을 버리고 홀연히 파리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자끄 르꼭을 만나면서 자신의 잠재된 기량을 마음껏 분출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 깊숙이 남아있던 시기였기에 한국인인 그가 세계적인 연극학교의 책임교수로 임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일이었다. 2005년 KBS와 아름다운 재단이 후원한 ‘세계를 움직이는 한국의 문화예술인 100인‘에 선정된 그의 성공 스토리는 TV 다큐 프로그램으로 제작돼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르꼭의 교수법에 매료되어 교수법 과정을 신청할 때부터 그는 이 교수법을 한국에 알리고자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책이 번역 출간되는 것은 그로부터 20년이나 더 지나야 했다.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옆을 보지 않고 달려가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이 일은 자꾸만 미루게 되더라고요. 르꼭의 책을 번역 출간하는 것을 의무감처럼 갖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자꾸 미루는지 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 자신이 이해가 됩니다. 르꼭이 남겨준 마지막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그것은 연극뿐만 아니라 제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 숙제가 해결이 되면서 책을 번역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자끄 르꼭의 교수법을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한 유진우 대표(앞 왼쪽)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비로소 자끄 르꼭의 마지막 숙제인 '나(ego)'라는 장애물을 넘어서는 것을 완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르꼭이 남겨준 숙제란 바로 ‘나’라는 장애물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자끄 르꼭은 자신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자신은 장애물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그 장애물을 넘어 자기 자신만의 것을 스스로 찾아가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는 예술가가 반드시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ego)라고 가르쳐주었다.

“그 후로 ‘나’를 넘어서는 것이 평생의 과제가 되어 나도 모르게 내 무의식 속에 남겨졌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인정해주는 성공의 정점에 이르렀지만, 항상 무언가 허전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수련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의식에 남겨진 평생의 숙제를 해결하고자 계속 길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인생의 어려웠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었고, 일과 삶에서 혼란스러웠던 모든 것들이 명쾌하게 정돈이 되었습니다. 삶이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해졌어요.”

마음수련 명상의 마지막 단계까지 마치면서 비로소 르꼭이 남겨준 숙제도 완전히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에고(ego)를 넘어선 완전한 나, 진짜 나를 찾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계속 미뤄오던 번역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수월하게 책의 번역과 출간이 진행됐다.

“이 책은 연극 교과서이지만 연극의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단지 해답을 찾아가는 많은 방법들을 제시해주지요. 그 해답은 이 책을 읽는 각자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르꼭의 교수법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말했듯이 이것은 학생들이 넘어가야 할 장애물일 뿐이예요. 그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인생의 목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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