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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변화를 위한 성찰의 문화를 만들어가자
김진옥(편집위원)  |  webmaster@ihumanc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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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2  17: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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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평범한 일상을 올스톱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박쥐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의 3개월간 평범한 일상을 올 스톱시키고 있다. 다행히 최근 며칠 사이 확진자 발생 수가 하향 추세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선 반면 전 세계적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역유입에 대한 우려도 들린다. 해외에서 한국의 방역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헌신적으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담당 공무원들과 의료인들, 하나라도 도울 일이 없을까 찾아가며 말없는 배려와 도움을 베푸는 시민들의 모습이 참 감사하고 감동적이다. 재난을 이용해 자기 이득만 취하려는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로 인한 혼란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한 이웃들이 있기에 이 위기는 분명히 잘 극복되리라 믿는다 .

다만,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이 언제 또 발생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에볼라, 지카 등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줄줄이 기억나는 공포스런 이름들이다.

사람에게 해가 되는 바이러스는 대개 동물에게서 유래한다고 한다. 동물에만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지는 이유는 자연환경의 파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포획이나 동물 서식지를 개발(파괴)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에 사람이 노출되면서 옮겨진다는 것.

인간을 괴롭혀온 바이러스 중에는 천연두와 같이 의학의 발달로 완전히 정복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예방과 치료가 어려운 것이 많다. 앞으로 어떤 종류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지도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그때마다 이런 전쟁을 치러야 하는 걸까.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 출간한 그의 저서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근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위험과 불안이 내재화된다는 위험사회론을 제시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 원전폭발 등의 사고는 자연으로부터 오는 위험이 아니라 인류의 산업문명이 초래한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 또한 그러하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위험이지만 인간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거나 감당할 수 없다. 완전히 제거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으며, 감당할 수도 없는 위험을 안고 사는 사회가 근대 산업사회라는 것이다.

 

   

'위험사회론'과 '성찰적 근대화 이론'을 제시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 ~ 2015).


이러한 위험에 대한 대응으로 벡은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론을 주장했다. 위험을 인식한 사회는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그에 대응한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환경위기 등의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실질적 성찰과 변화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위기를 초래하는 현대문명의 대안으로 생태문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개선 차원이 아닌 좀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끝없는 소비와 욕망이 전제되는 경제주의,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실증주의, 또 개인주의라는 근대적 프레임 속에서 개선을 한다는 것은 현상유지일 뿐이며 변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명의 토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명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 위에서 세워진다. 로버트 콕스는 ‘문명이란 우리 머릿속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것’이며, ‘거의 무의식 수준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집단이 공유하는 상식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상식으로 가지고 있던 기존 관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깊은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벡이 제시한 성찰적 근대화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까닭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자기성찰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물질적 성공과 경쟁을 중시했던 지난 세기 경제주의 프레임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임에도 우리 교육은 기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변화를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진정한 자기성찰과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성찰적 변화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현장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혼란은 우리 사회 한 구석에서 곪아가고 있던 상처를 터뜨리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세를 확장해오던 한 사이비 종교는 위기의 사회를 더욱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무엇보다  너무나 많은 2,30대의 청년들이 그곳에 빠져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무릎을 꿇고 끝도없이 도열해 앉아있는 장면은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한다. 그곳에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 청년들을 탓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 교주를 탓해야 할 것인가.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이 있다면 모두 밝혀지고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은 치러야겠지만, 그 책임은 우리 모두가 함께 져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2,30대 젊은이들은 누구보다 힘든 성장기를 겪어왔다.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사고, 자립심과 용기, 실패를 이겨내는 회복력, 소통하고 화합하는 대인관계능력 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채 오직 성적과 스펙 경쟁에 내몰렸다. 그렇게 치열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에 나왔을 때,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그들이 헤쳐나가야 할 현실은 험난했다. 그들의 절망감을 누가 안아주었던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우리의 방역시스템은 더 발전되어 있을 테고 바이러스 대처능력도 더 높아져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에서 좀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진정한 성찰의 문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자기중심적인 좁은 마음을 벗어나서, 경쟁보다는 화합이, 비난보다는 배려와 존중이, 내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나’ 개인보다 이웃과 자연을 모두 포함하는 ‘우리’가 더 앞서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마음을 깊이 돌아보고 나도 모르게 굳어진 고정관념과 선입견, 이기적인 마음의 틀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내가 더 성숙하고 행복해지는 길이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보다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이루어가는데 기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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